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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 웃음과 눈물이 함께한 재난 탈출 가족 드라마

by 잡무가 2025. 12. 14.

재난 속 유쾌한 탈출극, 긴장과 웃음의 절묘한 균형

‘엑시트’는 흔히 말하는 재난 영화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그 틀을 깨는 신선한 전개와 톤으로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독가스가 도시 전체를 뒤덮는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 속에서, 평범한 청년이 가족과 함께 탈출하는 이야기를 그렸지만, 이 영화는 공포보다 유쾌함, 비장함보다 인간적인 공감이 먼저 전해진다. 주인공 ‘용남’은 대학 시절 클라이밍 동아리에서 활약했지만 졸업 후 뚜렷한 직업도 없이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던 청년이다. 그런 그가 어머니의 칠순 잔치가 열리는 연회장에서, 과거 짝사랑 상대였던 ‘의주’를 다시 만나고, 바로 그때 도심 한가운데에서 원인 불명의 유독가스가 퍼지기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재난 속에서 용남은 오로지 과거의 클라이밍 실력 하나만으로 가족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영화는 이 탈출 과정을 빠른 전개로 보여주면서도, 곳곳에 코믹 요소와 인간적인 장면을 배치해 긴장을 완화시킨다. 특히 ‘재난 상황’이라는 무거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터지는 웃음 포인트들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유지하며, 관객에게 새로운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 단순한 생존기가 아니라, 미숙했던 주인공이 점차 책임감을 가지고 가족을 이끄는 모습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고립된 공간과 높이 올라가야만 하는 탈출 구조는 시각적 긴장감을 높이며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엑시트’는 재난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오히려 ‘사람’에 주목하며, 용기와 책임, 그리고 가족애를 유쾌하게 풀어낸 새로운 스타일의 재난 영화다.

조정석과 윤아, 현실감 있는 케미와 개성 있는 캐릭터

‘엑시트’가 관객의 사랑을 받은 큰 이유 중 하나는 주연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력이다. 조정석은 코믹한 톤과 진지한 액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로, 용남 역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그는 영화 초반의 무기력하고 한심한 청년의 모습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진지한 모습까지 감정선을 유연하게 끌고 가며 극의 중심을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특히 뛰고, 오르고, 숨 가쁘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조정석 특유의 능청스럽고 인간적인 매력을 잃지 않으며, 관객의 몰입을 끌어올린다. 윤아는 이전까지 아이돌 출신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엑시트’를 통해 연기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의주라는 캐릭터는 과거의 기억을 안고 있으면서도, 재난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하고 용남과 호흡을 맞추며 성장하는 인물이다. 윤아는 밝고 씩씩한 에너지로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고, 액션 장면에서도 위화감 없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들의 ‘썸 같은’ 관계는 영화 전체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들었다. 또한 조정석의 가족으로 등장하는 배우 고두심, 박인환 등도 현실적인 연기로 극의 설득력을 높였다. 어머니를 연기한 고두심은 재난 상황에서도 잔소리를 멈추지 않는 현실 엄마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유발했고, 가족 간의 묘한 거리감과 애정이 유머 속에서도 진심으로 느껴졌다. 이처럼 ‘엑시트’의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평범하면서도 개성이 뚜렷하며, 그로 인해 영화는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관객은 자연스럽게 감정이입할 수 있다.

유쾌한 메시지와 탄탄한 연출, 한국형 재난 영화의 가능성

‘엑시트’는 단순히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다. 그 속에는 사회초년생들이 겪는 무력감, 부모 세대와의 갈등, 청년 세대의 좌절감 등이 은유적으로 녹아 있다. 용남은 운동 하나 빼고는 스펙도 없고, 취업도 못한 ‘루저’지만, 정작 위기 상황에서 가족을 구하는 유일한 인물이 된다. 이는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과 스펙보다도 중요한 것이 ‘책임감’과 ‘행동력’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난 상황에서도 가족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탈출을 시도하고, 결국 그 과정이 가족 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로 이어진다. 영화는 가벼운 듯 보이지만, 청춘과 가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또한 이상근 감독의 연출력은 단연 돋보인다. 재난 영화에서 중요한 긴장감 조성, 공간 활용, 액션 시퀀스 구성 등에서 탄탄한 구성력을 보여줬으며, CG와 실제 액션의 조화를 통해 리얼리티를 높였다. 특히 옥상에서 옥상으로 도약하는 장면, 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클라이맥스는 손에 땀을 쥐게 하며 극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진정성을 갖는다. 용남은 초능력도, 무기도 없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다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그의 행동이 감동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 영화는 한국형 재난 영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장르적 재미와 메시지를 모두 담아낸 보기 드문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엑시트’는 단순한 재난 탈출극이 아니다. 이 영화는 웃음 속에서 가족과 청춘의 의미를 되새기고, 긴장감 속에서 인간적인 온기를 발견하게 만드는 따뜻한 작품이다.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위기 속에서 보여주는 용기와 연대는, 우리가 일상에서 잊고 지낸 가치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서 ‘엑시트’는 끝까지 유쾌하고, 마지막까지 뭉클한 영화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