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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게임 리뷰 (2019, 결말, 타노스)

by 잡무가 2025. 12. 14.

마블 유니버스의 정점, 엔드게임의 등장

2019년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10년 여정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에게 절반의 생명이 사라진 충격적인 결말 이후, 팬들은 이 모든 상황이 어떻게 수습될지에 주목했다. 엔드게임은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자 서사의 종결로서 기능했다. 이 영화는 전작 인피니티 워 이후 남겨진 히어로들의 심리적, 감정적 변화를 섬세하게 그리며 시작된다. 토니 스타크는 우주에서 표류하며 생과 사의 경계를 오가고, 캡틴 아메리카는 남은 자들의 트라우마를 위로하는 자조 모임을 주도하며, 블랙 위도우는 어벤져스를 재건하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초반부의 분위기는 기존 마블 영화와는 달리 매우 차분하고 어둡다. 이는 관객에게 사건의 심각성과 상실감을 체감하게 하며, 이후 펼쳐질 시간여행과 대전투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엔드게임은 히어로물의 전형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인물 중심의 드라마에 집중하면서도 팬 서비스와 액션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춘다. 기존 캐릭터의 성장과 결단, 희생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며, 각 인물의 마지막을 존중하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특히, 시간여행을 통한 과거 회상 장면은 단순한 장치가 아닌, 10년간의 MCU에 대한 헌사이자 작별 인사처럼 느껴진다.

시간여행과 팬서비스의 정점

엔드게임의 주요 전개는 '타임 하이스트'라 불리는 시간여행을 통한 인피니티 스톤 회수 작전이다. 히어로들이 과거로 돌아가 주요 사건과 공간을 방문하는 이 과정은 단순한 스토리 전개가 아니라, 팬들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장면의 연속이다. 2012년 뉴욕 전투, 토르: 다크 월드의 아스가르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모라그 행성 등, 마블 영화 속 명장면들이 다시 재현되며 관객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러한 시간여행 구조는 엔드게임만의 고유한 매력을 형성하는 동시에, MCU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서사로 연결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는 캡틴 아메리카, 돌아가신 어머니를 다시 만나는 토르, 레드 스컬과 마주한 블랙 위도우와 호크아이 등, 시간여행은 캐릭터들의 정체성과 감정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처럼 엔드게임은 단순한 액션 히어로물이 아닌, 인간적인 서사와 관계성에 기반한 블록버스터로 진화했다. 또한, 영화는 수많은 이스터에그와 오마주, 대사와 장면으로 팬들에게 진정한 선물을 제공한다. 캡틴 아메리카의 "어벤져스, 어셈블!" 장면, 모두가 포털을 통해 등장하는 전투 장면은 전율을 불러일으키며, 그동안의 긴 여정을 보상받는 듯한 감동을 준다. 단순한 시청각적 즐거움을 넘어, 이 영화는 팬들과의 깊은 교감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희생과 마무리: 히어로의 끝과 새로운 시작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화려한 액션이나 흥행 성적 때문만이 아니다. 이 영화는 주요 캐릭터들의 여정을 존중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마무리한다. 가장 큰 전환점은 토니 스타크의 희생이다. 아이언맨으로서 MCU를 시작한 그는 마지막 순간, 인피니티 건틀릿을 사용하여 타노스와 그의 군대를 소멸시키고, 자신의 생명을 바친다. 이 장면은 단순한 영웅의 희생이 아니라, 10년간의 성장과 변화가 응축된 결정적인 장면이다. 초반의 이기적이고 자존심 강한 천재 과학자는, 결국 모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난다. 캡틴 아메리카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인피니티 스톤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은 뒤, 자신이 꿈꾸던 평범한 삶을 선택한다. 과거로 돌아가 페기 카터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관객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블랙 위도우의 죽음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그녀는 호크아이 대신 스스로를 희생하며, 한때 어둠 속에서 살았던 자신의 삶을 구원받는다. 이러한 희생은 단순히 극적 효과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캐릭터 고유의 가치와 신념에 충실한 결말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이처럼 엔드게임은 각 캐릭터가 걸어온 길을 존중하며, MCU 1세대 히어로들의 여정을 완벽하게 매듭짓는다. 그리고 그 자리를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캡틴 마블 등의 새로운 세대가 이어갈 것을 암시하면서, 마블 세계관의 확장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마무리이자 시작이라는 이중적 구조를 통해, 영화는 관객에게 큰 여운을 남기며 진정한 의미의 '엔드게임'을 완성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단순히 블록버스터 영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팬들과의 정서적 연결, 영화적 완성도, 그리고 상업적 성공까지 모두 이뤄낸 보기 드문 사례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캐릭터와 이야기들을 연결하며,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형성해온 마블의 집대성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현대 대중문화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관객에게는 감동과 여운, 그리고 다음 세대 히어로들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남긴다.